스테이블코인 수익 금지 최후 전쟁: 은행 vs 크립토, 백악관 3월 1일 데드라인과 6조 달러 자금 이동
백악관에서 벌어진 금융 패권 전쟁
2026년 2월 10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월스트리트와 크립토 업계의 최고 경영진들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습니다. JPMorgan의 제이미 다이먼,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시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가 이끄는 은행 진영과 코인베이스, 리플, a16z, 팍소스 등 크립토 진영이 대치한 이 회의는 합의 없이 종료되었습니다. 대통령 크립토 위원회 사무총장 패트릭 위트가 주재한 이 자리에서, 백악관은 양측에 3월 1일까지 타협안을 도출하라는 최후통첩을 내렸습니다.
쟁점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이자(수익)를 지급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지만 이 단순한 질문 뒤에는 미국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6조 달러 규모의 자금 이동 가능성이 숨어 있습니다.
CLARITY Act와 입법 교착의 배경
이 전쟁의 무대는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심의 중인 **디지털자산시장명확성법(CLARITY Act)**입니다. 2025년 7월 서명된 GENIUS Act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직접적인 이자 지급을 금지한 데 이어, CLARITY Act는 더 광범위한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를 규정하는 법안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팀 스콧 상원 은행위원장이 2026년 1월 9일 공개한 278페이지짜리 초안에는, 디지털 자산 서비스 제공자가 단순히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이자나 수익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되, 거래 기반 보상이나 활동 연계 인센티브는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구분이 전쟁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은행 측은 이 '활동 기반 보상'이라는 예외 조항이 사실상 이자 지급의 우회 통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모든 형태의 수익 제공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반면 크립토 업계는 플랫폼이 자체 수익으로 제공하는 리워드 프로그램까지 금지하는 것은 경쟁을 억압하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금지 원칙" 문서와 6조 달러 공포
2월 10일 백악관 회의에서 은행 측 대표단은 사전에 준비한 "금지 원칙(Prohibition Principles)" 문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문서는 "결제용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 대한 구매, 사용, 소유, 보관, 유지와 관련된 모든 형태의 금전적·비금전적 대가"를 포괄적으로 금지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은행 측은 기존 법안 초안을 기반으로 한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백지 상태에서의 논의를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강경한 태도의 배경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CEO 브라이언 모이니한의 경고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모이니한은 2026년 1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의회가 이자 지급형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할 경우 미국 상업은행 예금의 30~35%에 해당하는 약 6조 달러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예금이 시스템 밖으로 나가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축소되거나, 더 비용이 높은 도매 자금 조달에 의존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이는 결국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대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모이니한은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지급준비금이 주로 단기 미국 국채에 투자되어, 전통적 은행처럼 가계와 기업에 대출로 재순환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머니마켓펀드(MMF)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어 실물 경제 신용 공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크립토 업계의 분열: 코인베이스 vs 리플
흥미롭게도, 크립토 업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갈리고 있습니다.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CLARITY Act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며, 이 법안이 "스테이블코인 리워드를 죽이고 은행이 경쟁자를 금지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비판했습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코인베이스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매출은 2025년 1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025년 3분기에만 3억 5,500만 달러의 스테이블코인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플랫폼 내 평균 USDC 잔고는 약 150억 달러에 달합니다. 코인베이스에게 리워드 프로그램 금지는 핵심 수익원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반면, 리플은 CLARITY Act의 현행 초안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리플의 최고법률책임자 스튜어트 알더로티는 백악관 회의 후 "타협의 기류가 감지된다"며 낙관적 견해를 표명했습니다. 이는 리플의 스테이블코인 RLUSD가 결제 및 정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소비자 수익 프로그램보다는 결제 수단으로서의 스테이블코인 정의에 더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번스타인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약 3,090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연간 1.5~2.5%의 리워드율을 적용하면, 매년 46억~77억 달러의 인센티브 지출이 발생합니다. 2026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4,2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적용하면, 이 금액은 연간 63억~105억 달러로 확대됩니다. 이것이 바로 양측이 사활을 걸고 싸우는 이유입니다.
폭발적 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이 규제 전쟁의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5년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전년 대비 72% 급증한 33조 달러를 기록했으며, USDC가 거래량 성장을 주도했습니다. 시가총액은 2025년 초 2,050억 달러에서 연말 3,060억 달러로 49% 성장했습니다. 2025년 9월에는 월간 거래량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2026년 말까지 월간 흐름이 1조 달러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세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크립토 트레이딩 도구를 넘어 글로벌 결제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규제 방향이 이 시장의 미래를 결정하게 됩니다.
글로벌 규제 경쟁: 미국이 뒤처지고 있습니다
PYMNTS.com이 지적했듯이, 미국이 수익 금지를 둘러싼 내부 전쟁에 시간을 소비하는 동안, 유럽과 아시아는 더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EU의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정은 27개 회원국에 걸친 통일된 규칙을 제공하며,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이 저축 상품처럼 기능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1:1 지급준비금 유지, 의무 감사, 포괄적 AML/KYC 준수를 요구하면서도, 국경을 초월한 운영을 가능케 하는 패스포팅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홍콩은 홍콩금융관리국(HKMA) 관할의 라이선싱 모델을 통해 2026년 3월 첫 라이선스를 발급할 예정이며, 보유 기간이나 토큰 가치에 기반한 이자 지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입법 교착이 길어질수록, 스테이블코인 혁신과 자본은 규제 확실성이 높은 해외 관할권으로 이동할 위험이 커집니다.
3월 1일 이후의 시나리오
백악관이 설정한 3월 1일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세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합니다. 첫째, 양측이 '활동 기반 보상'의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는 타협안에 합의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CLARITY Act는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진전을 보일 수 있으며, USDC를 포함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긍정적 신호가 됩니다. 둘째, 합의 실패로 법안 심의가 지연되는 시나리오입니다. 블룸버그가 보도한 바와 같이, 이 경우 CLARITY Act는 2026년 내 통과가 불투명해지며, 규제 불확실성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은행 측의 전면 금지 요구가 관철되어 모든 형태의 스테이블코인 수익이 금지되는 경우입니다. 이는 코인베이스 같은 플랫폼의 핵심 사업 모델에 직접적 타격을 가하며, 미국 시장에서의 스테이블코인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CLARITY Act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타협의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은행정책연구소(BPI) 이사회에 다이먼, 프레이저, 솔로몬 등 대형 은행 CEO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은, 은행 로비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함을 보여줍니다.
투자자를 위한 핵심 시사점
이 전쟁의 결과는 단순한 규제 이슈를 넘어, 미국 금융 시스템의 미래 구조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3월 1일 데드라인을 앞두고 투자자들은 CLARITY Act 관련 입법 동향, 특히 '보상' 정의의 범위에 대한 뉴스를 면밀히 주시해야 합니다. 코인베이스(COIN) 주가, USDC 시가총액 변동, 그리고 전통 은행주의 흐름이 이 규제 전쟁의 승패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확실한 것은 하나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며, 어떤 규제 결과가 나오든 디지털 달러의 시대는 도래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