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켄 연준 마스터 계정 승인: 미국 첫 디지털 자산 은행의 역사적 전환점
크라켄, 미국 최초 디지털 자산 은행으로 연준 결제 시스템 직접 진입
2026년 3월 4일,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의 은행 자회사인 크라켄 파이낸셜(Kraken Financial)이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마스터 계정을 승인받았습니다. 이로써 크라켄 파이낸셜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연방준비제도의 핵심 결제 인프라에 직접 접근하는 디지털 자산 은행이 되었습니다. 이번 승인은 암호화폐 산업과 전통 금융 시스템 간의 경계가 근본적으로 허물어지는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이 소식에 즉각 반응하며 24시간 저점 67,515달러에서 최고 73,394달러까지 약 8.7% 급등했습니다. 시장은 이번 승인이 단순한 규제 이벤트가 아닌, 디지털 자산이 미국 금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와 결합하는 구조적 전환의 시작이라고 해석했습니다.
5년 반의 여정: 승인까지의 배경
크라켄 파이낸셜은 와이오밍주에서 특수목적예탁기관(Special Purpose Depository Institution, SPDI) 인가를 받은 은행입니다. SPDI는 고객 법정화폐 예금의 100% 이상에 해당하는 유동 자산을 보유해야 하는 완전준비금(full-reserve)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는 전통 은행들이 사용하는 부분준비금 제도와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로, 암호화폐 기업에 대한 규제 당국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설계된 모델입니다.
이번 승인은 5년 반 이상의 지속적인 규제 협의, 광범위한 연방준비제도의 심사, 그리고 운영 검증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습니다. 연방준비제도 마스터 계정은 역사적으로 감독을 받는 예금수취기관에게만 부여되어 왔기 때문에, 암호화폐 기업이 이 문턱을 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같은 와이오밍주 SPDI인 커스토디아 은행(Custodia Bank)이 2020년부터 동일한 마스터 계정을 신청했으나, 2023년 1월 캔자스시티 연준으로부터 거부당한 후 법적 소송을 진행했다는 사실입니다. 커스토디아는 2026년 3월 13일, 크라켄 승인 불과 9일 후에 제10순회항소법원에서 7대 3으로 최종 패소했습니다. 같은 관할권에서 한 기업은 승인을 받고 다른 기업은 패소한 것은, 연준의 재량적 판단이 각 기관의 리스크 프로필과 준비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핵심 분석: '스키니 계정'의 의미와 구조
크라켄 파이낸셜에 부여된 마스터 계정은 이른바 '스키니(skinny) 계정' 또는 '제한적 목적 계정(limited-purpose account)'으로, 전통적인 마스터 계정과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크라켄은 페드와이어(Fedwire) 결제 시스템에 직접 접근할 수 있지만, 할인창(discount window) 대출 시설이나 준비금 이자를 받을 권리는 없습니다. 계정의 초기 승인 기간은 1년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는 연준이 2025년 12월 공개한 정보 요청서(Request for Information)에서 제시한 '스키니 계정' 개념의 첫 번째 실질적 적용입니다. 연준은 전통적인 완전한 마스터 계정과 접근 불허 사이의 중간 지점을 모색해왔으며, 크라켄의 사례가 그 시험대가 되었습니다.
크라켄의 공동 CEO 아르준 세티(Arjun Sethi)는 이번 승인이 "암호화폐 인프라와 국가 금융 레일의 수렴"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크라켄 파이낸셜이 이제 "미국 은행 시스템의 주변부 참여자가 아닌, 직접 연결된 금융기관"으로서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이 승인이 의미하는 것은 크라켄이 중개 은행(correspondent bank) 없이도 미국 달러 결제를 직접 처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페드와이어는 매일 4조 달러 이상의 자금 이체를 처리하는 미국의 핵심 결제 인프라입니다. 크라켄이 이 시스템에 직접 연결됨으로써, 기관 투자자들을 위한 법정화폐 입출금 속도가 크게 향상되고, 운영 비용과 복잡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크라켄은 기관 고객 서비스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규제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법정화폐와 암호화폐 간의 원자적 결제(atomic settlement), 디지털 자산 수탁과 연계된 기관 현금 관리, 그리고 규제 프레임워크 내에서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금융 상품 개발 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통 금융권의 강력한 반발
이번 승인은 전통 금융권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JP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 월스트리트 주요 은행들을 대표하는 은행정책연구소(Bank Policy Institute, BPI)는 승인 당일 성명을 발표하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BPI 규제담당 공동책임자 페이지 피다노 파리돈(Paige Pidano Paridon)은 연준이 스키니 계정에 대한 정책 프레임워크를 확정하기도 전에 승인을 진행한 것이 공개 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BPI는 특히 비보험 예금기관인 SPDI가 보험 예금기관보다 "훨씬 덜 엄격한 규제 및 감독 프레임워크" 아래 운영되기 때문에, 자금세탁방지(BSA/AML) 및 불법 금융 리스크를 결제 시스템에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은행협회(ABA)와 독립커뮤니티은행협회(ICBA) 역시 비보험 기관에 중앙은행 결제 시스템 직접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 미국 경제에 상당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행동포럼(American Action Forum)은 "은행과 동일한 건전성 기준 없이 은행과 유사한 특권을 암호화폐 기업에 확대하는 것은 구조적 비대칭을 만든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장 영향과 비트코인 가격 반응
비트코인 시장은 이번 승인 소식에 강세로 반응했습니다. Daily Hodl에 따르면, BTC는 발표 직후 24시간 저점 67,515달러에서 73,394달러까지 급등하며 약 8.7%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뉴스 반응을 넘어, 암호화폐가 전통 금융 인프라와 통합되는 것에 대한 시장의 구조적 낙관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크라켄이 중개 은행 의존에서 벗어나 연준 결제 레일에 직접 접근하게 된 것은, 2023년 실버게이트와 시그니처 은행 붕괴 이후 암호화폐 업계가 겪어온 은행 서비스 접근 불안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환점입니다. Blockhead는 이번 승인이 "암호화폐의 취약한 은행 파트너십 의존을 종식시킨다"고 평가했습니다.
향후 전망: 규제 프레임워크와 업계 파급효과
이번 승인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는 현재 스키니 마스터 계정에 대한 전국적 정책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공개된 정보 요청서를 통해 연준은 지역 연방준비은행에서 보유할 특수목적 '결제 계정(payment account)'의 프로토타입에 대한 의견을 구했습니다. 크라켄의 승인은 이 프레임워크가 공식화되기 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향후 정책 방향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와이오밍주 상원의원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는 이번 승인을 "디지털 자산 산업의 분수령"이라고 선언하며, "연준이 디지털 자산 기업도 혁신과 강력한 리스크 관리를 균형 있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녀는 이 발전이 전통 은행과 암호화폐 기업 간의 수렴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2026년 3월 28일 기준으로 일부 의원들이 크라켄 승인 과정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Bitcoin.com에 따르면, 한 의원은 연준의 승인 절차에 '중대한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하며 연방준비제도에 공식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투자자를 위한 핵심 시사점
크라켄 파이낸셜의 연준 마스터 계정 승인은 디지털 자산 산업이 미국 금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에 편입되는 역사적 이정표입니다. 1년간의 시범 기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연준의 전국적 스키니 계정 프레임워크가 확정된다면, 다른 암호화폐 기업들도 유사한 접근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번 승인이 만들어낸 규제적 선례, 전통 금융권의 반발 강도, 그리고 크라켄의 1년 시범 운영 결과를 면밀히 주시해야 합니다. 디지털 자산과 전통 금융의 융합은 이제 이론이 아닌 현실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