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TC, 코인베이스 무기한 선물 승인: 제도권 진입 혁명의 신호탄
미국 규제 역사상 가장 극적인 문이 열렸습니다
2026년 5월 29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마침내 암호화폐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의 빗장을 열었습니다. 이날 CFTC는 두 갈래의 결정을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먼저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에 미국 내 최초의 규제 비트코인 무기한 선물 상품(BTCPERP)을 승인했고, 동시에 코인베이스의 자회사 코인베이스 파이낸셜 마켓(CFM)에 대해 무기한 선물 상품을 허용하는 무액션 레터(no-action letter)를 발급했습니다. CoinDesk에 따르면 이는 미국 본토에서 최초로 규제 당국의 인가를 받은 '퍼프(perp)' 거래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 폴 그루얼(Paul Grewal)은 이를 두고 "업계를 위한 거대한 첫걸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발표 직후 코인베이스(COIN) 주가는 약 4% 상승했고, 당시 비트코인은 6.85% 변동하며 6만 2,375달러 선에서 거래되었습니다. 수년간 미국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던 가장 인기 있는 파생상품이 드디어 규제권 안으로 들어온 순간이었습니다.
무기한 선물은 왜 게임체인저인가
무기한 선물은 만기일이 없는 파생상품입니다. 전통적인 선물 계약은 정해진 만기에 정산되어야 하므로 투자자가 포지션을 계속 이월(롤오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반면 무기한 선물은 펀딩 비율(funding rate)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가격을 현물과 연동시키며, 만기 없이 무한정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단순함과 자본 효율성 덕분에 무기한 선물은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핵심 상품으로 성장했습니다.
문제는 이 시장이 거의 전적으로 미국 밖에서 작동해왔다는 점입니다. 바이낸스, OKX 같은 역외 거래소가 무기한 선물 시장을 장악했고, 미국 투자자들은 규제 공백 탓에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Datawallet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무기한 선물 거래량은 2024년 1월 4조 1,400억 달러에서 2026년 1월 7조 2,400억 달러로 2년 만에 75% 급증했으며, 2025년 연간 거래량은 61조 7,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 거대한 유동성 풀에 미국 자본이 사실상 배제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CFTC의 결정은 그 단절을 메우는 분기점입니다. 미국 기관과 개인이 처음으로 규제 보호 아래에서 무기한 선물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역외로 유출되던 거래량이 본토로 회귀할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코인베이스의 정교한 구조: 데리비트와 버뮤다 경로
코인베이스의 접근 방식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CFTC는 CFM이 고객의 디지털 자산—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을 증거금 담보로 예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핵심은 이 상품들이 코인베이스 버뮤다(Coinbase Bermuda)를 통해 라우팅되어 '외국 선물(foreign futures)'로 취급된다는 점입니다. 이 구조를 통해 코인베이스는 미국 고객을 지난해 29억 달러에 인수한 역외 파생상품 플랫폼 데리비트(Deribit)에 직접 연결합니다.
이는 전략적 신의 한 수입니다. 데리비트는 전 세계 암호화폐 옵션 미결제약정의 약 85%를 점유한 압도적 1위 옵션 거래소이며, 거래량의 80%가 기관 고객에서 발생합니다. 코인베이스는 데리비트 인수를 통해 미결제약정과 옵션 거래량 기준 세계 최대 암호화폐 파생상품 사업자로 올라섰고, 인수 완료 이후 거래량과 매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습니다. CFTC는 코인베이스가 데리비트에서 거래되는 모든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y)' 무기한 계약—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는 물론 도지코인 같은 변동성 높은 자산까지—을 상장할 수 있도록 폭넓게 승인했습니다.
경쟁 구도를 보면 의미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CoinLaw 데이터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2025년 25조 900억 달러의 연간 거래량으로 파생상품 시장의 29.3%를 점유하며 여전히 선두입니다. 그러나 코인베이스는 미국에서 24시간 무기한형 선물을 최초로 출시하며 미국 파생상품 시장 점유율을 전년 대비 4배 끌어올렸습니다. 이번 승인으로 코인베이스는 규제 우위라는 강력한 해자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셀리그 체제와 규제 지형의 재편
이번 결정은 우연이 아니라 치밀한 규제 청사진의 결과입니다. CFTC 위원장 마이크 셀리그(Mike Selig)는 "미국에 진정한 무기한 계약이 도입되는 것은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를 실현하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미 3월 초부터 수 주 내에 무기한 선물의 길을 열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배경에는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이 있습니다. 첫째, 2026년 3월 11일 CFTC와 SEC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수년간 이어진 관할권 다툼을 공식 종료했습니다. 이 MOU는 공동 규칙 제정, 공조 집행, 감시 공유, 중복 검사 폐지 등 6개 영역을 포괄합니다. 둘째, 3월 17일 두 기관은 16개 토큰을 '디지털 상품'으로 공동 분류했고, 이로써 해당 자산의 현물 거래 감독권이 SEC에서 CFTC로 이전되었습니다. 이는 CFTC 역사상 가장 큰 권한 확대로 평가됩니다.
셀리그 위원장은 밀과 소를 위해 만들어진 낡은 규칙을 비트코인과 무기한 선물에 맞게 다시 쓰는 '퓨처-프루프(Future-Proof)'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습니다. 새 상품들은 레버리지 통제, 보고 의무, 투자자 보호 기준 등 엄격한 컴플라이언스 요건 아래 운영됩니다. 즉, 이번 승인은 단발성 허가가 아니라 미국 암호화폐 파생상품 규제 프레임워크 전반을 재구축하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입니다.
시장 영향과 기관 자금의 향배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2026년 6월 8일 미국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CFTC 감독 아래 무기한형 상품을 정식 출시했습니다. 초기 출시는 파트너십 기반으로 기관 고객을 우선 공략하며, 개인 투자자 접근은 로드맵에 포함되어 있으나 첫날 제공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헌신적인 기관 참여자를 먼저 유치해 유동성 기반을 다진 뒤 문을 넓히려는 전형적인 시장 조성 전략입니다.
기관 입장에서 무기한 선물의 가치는 분명합니다. 실시간 익스포저 관리, 주말 헤지, 그리고 통합 파생상품 인프라 내에서의 교차 담보(cross-collateral) 효율성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미국 기관들은 컴플라이언스 부담 때문에 역외 무기한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웠으나, 이제 기관급 리스크 관리를 갖춘 규제 플랫폼 위에서 동일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신중함도 필요합니다. 비트코인이 6만 달러대에서 두 자릿수에 가까운 변동성을 보였듯, 무기한 선물은 높은 레버리지로 인해 청산 위험이 큰 상품입니다. 또한 이 상품들이 CFTC 관할 아래 있지만, 무기한형 계약의 분류나 과세 방식이 바뀔 경우 가치 제안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가 주시해야 할 변수입니다.
전망과 시사점
앞으로 주목할 시나리오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본토 회귀 규모입니다. 역외에 묶여 있던 미국 자본이 얼마나 빠르게 규제 플랫폼으로 이동하는지가 코인베이스와 칼시의 점유율 확대 속도를 결정할 것입니다. 둘째, 경쟁 심화입니다. CME, 크라켄 등 다른 규제 사업자들이 유사 상품을 출시하며 추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이는 수수료 인하와 상품 다양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셋째, 개인 투자자 개방 시점입니다. 기관 중심 출시가 안정화된 뒤 개인에게 문이 열리면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으나, 동시에 소매 투자자 보호를 둘러싼 규제 논쟁도 재점화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CFTC의 이번 승인은 단순한 신상품 허가를 넘어 미국 암호화폐 시장이 제도권 금융 인프라로 편입되는 구조적 전환점입니다. 투자자에게 핵심 시사점은 명확합니다. 규제 명확성이라는 강력한 해자를 확보한 코인베이스와 데리비트 생태계가 향후 미국 파생상품 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으며, 레버리지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한 투자자라면 새롭게 열린 규제 시장의 초기 국면을 면밀히 관찰할 가치가 있습니다.
출처: CoinDesk, CFTC, Coinbase Blog, Datawallet, CoinLaw, Blockonomi